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토람이 북한을 17년 만에 공식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과거 냉전 시기(1945~75년) 깊은 이념·군사적 유대의 역사적 관계를 계승하면서 현재 제한적 당 교류 중심의 양국 관계에 전략적 메시지를 보낸 뜻깊은 행보로 평가된다.
미국에는 중립적 외교, 중국에는 독립적 파트너, 러시아에는 비대립적 협력, 한국·일본에는 안정적 소통 채널 확보라는 다층적 신호를 보냈다. 이는 ‘실용적 헤징’ 외교와 베트남 외교 철학인 자주·자립·평화·협력·발전 원칙을 동시에 실천한 사례로 주목된다.
다음은 베트남외교아카데미(DAV) 국제관계 전문가 팜 꽝 히엔(Pham Quang Hien)이 10월11일 모던디플로메시(Moderndiplomacy)에 기고한 내용을 요약 정리했다.
(원문 읽기)
https://moderndiplomacy.eu/2025/10/10/the-message-of-the-visit-to-north-korea-that-vietnam-wants-to-send-to-major-countries/?utm_source=chatgp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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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토람의 평양 방문: 전략적 외교의 상징
지난 10월 9일부터 11일까지,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토람이 북한을 공식 방문하며 국제 사회의 관심을 집중시켰습니다. 이번 방문은 17년 만에 베트남 고위 지도자가 평양을 찾은 것으로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서 하노이가 보내는 전략적 신호로 해석됩니다. 단순한 외교적 방문을 넘어 이번 행보는 베트남식 ‘대나무 외교’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입니다.
국제적 맥락과 양국 외교사
동북아시아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요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지역으로, 남북 간 적대 관계와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둘러싼 안보 갈등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대부분의 국가는 국제 제재로 인해 북한과 거리를 두고 있으며, 북한은 체제 안전을 위해 폐쇄적인 모델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베트남과 같은 동남아 국가가 북한 고위급 인사를 적극적으로 방문한 것은 매우 전략적인 행보로 볼 수 있습니다. 하노이는 이를 통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세력 균형 속에서 미묘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베트남과 북한의 관계는 호치민 주석과 김일성 주석의 개인적 친분에서 시작되어, 베트남 전쟁(1955~1975년) 시기에 북한의 물질적·군사적 지원을 받으며 정점에 달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1967~1968년 북한은 베트남 전투 지원을 위해 비행단을 파견하며 사회주의 국가 간 깊은 이념적 유대감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냉전 종료와 소련 붕괴 이후, 베트남이 국제 통합으로 전환하면서 양국 관계는 점차 줄었고, 북한은 고립 모델을 유지했습니다. 2000년대 이후 관계는 정상 외교 수준으로 회복되었지만, 무역 규모는 2023년 기준 연간 1,000만 달러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제한적입니다.
최근 북한은 동남아로 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베트남을 특별한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정치적 통제를 유지하면서 점진적 경제 개혁을 검토할 경우, 베트남을 “가능한 모델”로 보고 있습니다. 1986년 이후 도입된 베트남의 ‘도이머이’ 정책 성공 사례는 북한 지도자에게 매력적인 참고 사례가 됩니다. 전문가들은 하노이가 북한과 경험을 공유하면서 한반도 문제에서 발언권을 확보하고, ‘중재자’ 이미지로 국제적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이는 2019년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로 베트남이 선택된 사례와도 유사합니다.
주요 강대국에 보내는 메시지
미국:
미북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베트남의 고위급 지도자 파견은 하노이의 신뢰할 수 있는 중립성을 보여줍니다. 베트남은 ‘평양 고립’ 정책에 참여하지 않으면서도 유엔 핵 결의안을 준수해 국제 규범을 지킵니다. 이는 하노이가 독립적이면서도 동남아 전략적 균형 유지에 기여하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임을 의미합니다.
중국: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로서 중국과 북한과의 관계를 유지하지만, 중국의 영향력에 완전히 종속되지 않습니다. 이번 방문은 하노이가 중국의 패권 속에서도 독립적 발언권을 확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러시아:
토람 서기장의 평양 방문은 푸틴 대통령의 방북 직후 이루어졌지만, 베트남은 정치군사 동맹에 속하지 않고 전략적 거리를 유지합니다. 하노이는 상호 존중과 비대립을 바탕으로 안정적 협력을 추구하며, 러시아와의 협력을 정치적 구속 없이 진행합니다.
한국·일본:
한국과 일본은 베트남의 주요 경제 파트너입니다. 북한 방문은 서울과 도쿄의 이해관계를 해치지 않으며, 오히려 평양과의 간접 소통 채널을 통해 지역 긴장을 완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한국에는 장기적 평화와 안정 목표를 공유한다는 메시지를, 일본에는 독립적·신뢰할 수 있는 외교 파트너 이미지를 강조합니다.
실용적 헤징과 전략적 의의
이번 방문은 베트남이 대다수 아세안 국가와 다른 외교 모델을 공고히 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일부 학자들은 이를 ‘실용적 헤징’(practical hedging)이라고 부릅니다. 실용적 헤징은 어느 한 국가에도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고, 미국·중국·러시아 등과 동시에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외교적 자율성과 유연성을 확보하는 전략입니다.
평양 방문은 베트남이 당외교를 신뢰 구축 도구로 활용하면서, 자본주의 강대국과의 외교도 증진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베트남 공산당 제13차 전국대표대회 문서에서 강조된 원칙인 자주, 자립, 평화, 협력, 발전과 일치하며, 2026년 제14차 전국대표대회에서도 재확인될 예정입니다.
결론적으로, 토람 서기장의 북한 방문은 다층적 전략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주요 강대국 사이에서 균형 잡힌 다자 관계를 유지하는 능력은 베트남 외교의 가장 귀중한 자산입니다. 이는 국가 이익을 보호하는 동시에 변화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안정적 주체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기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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