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초부터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데요. 베트남에도 음력설(Tết) 다음으로 중요한 명절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중추절(뗏 쭝 투)입니다. 이날이 되면 아이들은 등불을 들고 마을을 누비며 웃음꽃을 피우고 어른들은 찻잔을 기울이며 월병을 나눕니다.
밤하늘에 환하게 뜬 둥근 달 아래 함께 모이고, 멀리 떨어진 이웃과 친구들에게 감사의 마음도 전합니다. 중추절은 단순한 명절이 아니라 이야기와 전설이 살아 숨 쉬는 날이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베트남 중추절의 유래와 의미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01 한 여름밤, 왕이 달의 궁전을 여행하다

아주 오래전, 드엉 민 호앙(Đường Minh Hoàng, 713~741년)왕이 보름달이 뜬 밤에 궁궐을 거닐고 있었습니다. 맑고 서늘한 바람, 유난히 환한 달빛… 왕은 그 풍경에 매료되어 한참을 걸어다녔어요.
그때, 신비로운 도사가 나타났습니다. 그는 신통력을 발휘해 왕을 달의 궁전으로 데려갑니다. 달의 궁전은 황홀했습니다. 선녀들이 노래하고 춤을 추는 그곳에서 왕은 넋을 놓고 말았어요. 새벽이 다가오자 도사는 떠날 때가 되었다고 알렸지만 왕은 그곳을 쉽게 떠날 수 없었습니다. 궁궐로 돌아온 뒤에도 그때의 기억은 왕의 마음속에 깊이 남았습니다.
그래서 왕은 해마다 음력 8월15일 밤이면 백성들에게 등불을 밝히고 축제를 열도록 명령했습니다. 그와 왕비는 달빛 아래 술잔을 나누며, 궁녀들의 춤을 감상했습니다. 이때의 풍습이 오늘날 중추절 등불 행진으로 이어졌다고 전해집니다.
또한, 이날이 드엉 민 호앙 왕의 생일이었다는 설도 있어, 당시 나라 전역에서 등불을 밝히고 잔치를 열었다고 합니다.
02 항 응아와 허우 응에의 슬픈 이별과 달 여행

또 다른 전설은 항 응아(Hằng Nga)와 허우 응에(Hậu Nghệ) 부부의 이야기입니다. 이 둘은 본래 신의 세계에서 살던 불사의 존재였지만, 질투와 모함으로 인해 인간 세상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옥황상제의 열 아들이 모두 태양으로 변해 하늘을 태워버리는 일이 벌어집니다. 땅은 말라가고 생명은 타들어갔습니다. 옥황상제는 허우 응에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그는 기막힌 활 솜씨로 아홉 개의 태양을 떨어뜨려 겨우 하나만 남게 했습니다.
그 공을 인정받은 허우 응에는 불사의 약을 하사받지만, 1년이 지나서야 먹으라는 조건이 붙습니다. 약을 조심스레 숨겨두었지만 어느 날 호기심에 상자를 연 항 응아는 약을 삼켜버리고 맙니다. 그 순간, 그녀의 몸은 가벼워져 하늘로 떠올랐고 결국 달로 올라가게 됩니다.
뒤늦게 집에 돌아온 허우 응에는 그녀를 잡지 못한 채, 홀로 남겨졌습니다. 슬픔에 잠긴 그는 양지에 성을 짓고 ‘양(陽)’으로, 항 응아는 달에서 ‘음(陰)’이라 이름 붙여 서로를 그리워하며 살았다고 합니다. 이들은 매년 보름달이 가장 환한 밤, 다시 만난다고 전해집니다.
그래서 중추절의 달빛은 늘, 재회의 기운을 머금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03 선녀 항 응아와 월병, 그리고 꾸오이의 이야기

또 하나의 따뜻한 전설은 선녀 항 응아와 꾸오이(Cuội)라는 평민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항 응아는 원래 아이들을 무척 사랑하는 선녀였고, 아이들과 놀기 위해 자주 인간 세상에 내려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옥황상제가 ‘보름달 떡 만들기’ 대회를 열게 됩니다. 가장 맛있고 예쁜 떡을 만든 자에게 큰 상을 하사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죠.
떡을 만들어야 했던 항 응아는 땅에서 꾸오이라는 남자를 만나게 됩니다. 그는 약간의 사기꾼 기질이 있었지만, 월병을 만드는 법을 알려줍니다. 재료를 한데 섞어 굽는 방식이었는데, 신기하게도 향긋하고 고소한 떡이 완성되었습니다.
아이들은 그 맛에 열렬히 환호했고, 항 응아는 이 떡을 가지고 달궁으로 돌아가 대회에 참가합니다. 결과는 1등. 떡은 ‘월병’이라는 이름을 얻고, 그것은 천상의 맛으로 공인되었습니다.
하지만 꾸오이는 그녀를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는 그녀의 손을 붙잡았고, 이상한 힘이 작용해 꾸오이와 마을 어귀의 반얀나무(cây đa)까지 달로 끌려가게 됩니다. 지금도 그는 달의 반얀나무 아래 앉아, 땅의 여동생과 집을 그리워하며 가끔 눈물을 흘린다고 전해집니다.

베트남 사람들에게 중추절이란?

처음엔 이 명절이 어른들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하늘이 맑고, 달이 가장 밝은 시기에 차를 마시고, 과일과 떡을 먹으며 자연의 조화로움을 감상하던 날이었죠. 또한, 우리나라처럼 농사의 결실을 확인하고 나라의 길흉화복을 점치는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중추절은 점차 아이들의 명절로 자리잡게 됩니다. 부모들은 아이들을 위해 월병을 만들고, 직접 등불을 만들어 집 앞에 걸어두거나 손에 들려줍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을 느끼고, 부모님과 조부모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중추절은 또한, 가족과 이웃, 친구 간 따뜻한 감정과 우정을 나누는 날이기도 합니다. 이날 사람들은 월병과 차, 술을 챙겨 조상을 기리고, 은인과 친지에게 선물을 나눕니다. 오늘날에는, 분주한 도시 생활 속에서 중추절이 온 가족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으로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서로를 보듬는 따뜻한 밤이 되는 것입니다.

중추절은 불리는 이름도 많습니다. 재회절(Tết Đoàn viên), 등불절(Tết hoa đăng), 달맞이절(Tết trông trăng), 어린이절(Tết Thiếu nhi) 등등. 이 명절이 지닌 다양한 의미를 담은 이름이죠.
또한, 중추절을 잘 보내기 위해 지켜야 할 풍습도 있습니다.
★ 해야 할 일: 붉은 옷을 입고, 조상에게 향을 피우며, 정성을 담아 음식을 준비합니다.
★ 하지 말아야 할 일: 몸이 아프면 외출하지 않고 어두운 옷을 피하며, 너무 먼 외출은 삼가야 합니다.
Q 왜 하필 음력 8월 15일일까?
달이 가장 둥글고 밝은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충만함과 성취의 상징이죠. 또한 농사철이 끝나고 날씨도 시원해 야외 활동에 적합합니다.
Q 중국과 베트남의 중추절은 어떻게 다를까?
비슷한 뿌리를 가졌지만, 베트남은 꾸오이 전설과 별등(星燈) 문화처럼 독특한 요소들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어린이 명절’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Q 중추절을 왜 ‘재회절’이라고도 부를까?
둥근 보름달은 가족이 다시 하나 되는 재회의 상징입니다. 중추절은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가족애와 감사의 감정을 되새기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베트남의 중추절은, 달과 사람, 전설과 현실, 어른과 아이가 모두 어우러지는 날입니다. 그 안에는
배려,
효도,
감사,
우정,
재회,
그리고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보름달 아래 펼쳐지는 이 풍경은, 시대가 바뀌어도 변함없이 우리 곁에 머물러 있는 따뜻함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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