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북서부의 손라(Sơn La)성 산악지대. 험준한 산과 깊은 계곡이 펼쳐진 이 지역에서 자란 작은 아라비카 커피 열매가 이제 국가를 대표하는 프리미엄 농산물로 자리매김했다.
화라(Hua La)현 비치타오커피협동조합이 생산하는 '비치타오(Bích Tảo 청록이끼) 커피'가 국가 최고 등급인 OCOP 5성급 인증을 받으며 손라 커피산업의 가능성을 전국적으로 알렸다.
OCOP(One Commune One Product; 1마을 1제품)는 지역 특산품의 품질과 경쟁력을 국가 차원에서 인증하는 제도로 5성급은 수출을 전제로 한 최상위 등급이다. 비치타오 커피는 손라 커피 중 처음으로 5성급 인증을 받은 브랜드로 이는 북베트남 산악 지역 농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변화할 수 있음을 상징하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산과 기후가 만든 아라비카 커피의 독특한 매력
비치타오 커피의 경쟁력은 무엇보다 손라의 자연환경에서 비롯된다. 손라는 해발 900~1,200m에 달하는 구릉지대와 완만한 산비탈로 이루어진 고원지대로 연중 온화한 기후와 큰 일교차, 비옥한 토양을 자랑한다. 이러한 자연조건은 아라비카 커피 재배에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한다.
손라 커피는 풍부한 과일향과 허브향, 상쾌한 산미, 절제된 쓴맛 그리고 부드럽고 오랜 단맛이 조화를 이룬다. 원두 추출 후 맑고 투명한 황갈색을 띠며 깔끔한 바디감으로 세계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손라성에는 약 1만9,300헥타르 규모의 아라비카 커피 재배지가 있으며 연간 약 35만 톤의 커피 열매를 생산하는 베트남 최대 아라비카 커피 산지로 성장했다. 품질 면에서도 베트남 내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커피로 가난에서 탈출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반세기 이상 커피에 올인
비치타오 커피 협동조합의 1등 공신은 응우옌 쑤언 타오 이사다. 그의 모습은 화려하지 않지만 지역에서는 '북베트남 커피 거물'로 불린다.
타오 이사는 30년 넘게 손라에서 커피와 함께 살아왔다. 그는 커피가 단순한 농산물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산간 지역의 빈곤을 극복할 수 있는 핵심 산업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젊은 시절부터 그는 한 가지 질문을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손라 커피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손라 지역에 아라비카 커피가 처음 도입된 이유는 소수민족들의 생계 작물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당시 아라비카 커피는 로부스타보다 훨씬 높은 가치를 지닌 전략 작물로 여겨졌지만 오랜 시간 동안 중간상인 중심의 유통 구조와 품질 관리 부재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협동조합 모델, 커피 산업의 새로운 해법
타오 이사가 선택한 해법은 협동조합 모델이었다. 2017년, 화라현 호앙반투 마을의 11개 농가와 50헥타르 규모의 비치타오 커피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단순한 공동 판매 조직이 아니라 생산부터 가공·유통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목표였다.
협동조합 설립 이전 농가들은 불안정한 시장에 직면해 있었다. 수확량이 많아도 가격이 폭락하거나 가격이 오를 때는 기후와 병해로 수확량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품질 기준이 없었던 상황에서 고급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다.
협동조합 출범 이후 상황은 108도로 달라졌다. 비치타오 커피 협동조합은 농가들과 계약 재배를 도입하고 수확과 가공 기준을 통일했다. 그 결과, 협동조합은 손라 커피의 지리적 표시(GI) 사용권을 부여받은 6개 단체 중 하나로 빠르게 자리잡았다. 현재 협동조합의 주요 제품은 생두, 로스팅 원두, 분쇄 커피 등이 있다.
유기농 생산 시스템 구축과 국제인증 기준 합격
비치타오 커피의 또 다른 경쟁력은 유기농 중심의 생산 방식이다. 협동조합은 화학 비료 대신 유기질 비료를 사용하고 수확과 가공 과정에서 커피 열매의 천연 당분과 향미를 보존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또한, 탈곡 과정에서는 물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환경 부담을 최소화했다.
이러한 생산 방식은 노동력과 시간이 더 많이 들고 수확량이 준다. 그러나 타오 이사는 "세계 시장은 양보다 품질을 원한다"고 단언한다. 실제로 협동조합은 국제인증 기준인 VietGAP, UTZ 등을 충족하는 유기농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며 수출 경쟁력을 높였다.
2017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원을 받아 커피 묘목 재식 재사업에도 참여했다. 기후 변화와 병해에 강한 100% 아라비카 품종을 도입해, 현재 협동조합은 약 150헥타르 규모의 스페셜티 커피 재배지를 운영하고 있다.
가공 산업 ‘확장’… 커피 가치 ‘쑥쑥’
비치타오 커피 협동조합은 원두 생산에 그치지 않고 가공 산업으로의 확장을 선택했다. 2021년 초, 협동조합은 160억 동을 투자해 약 1,120㎡ 규모의 현대식 커피 가공 공장을 건설했다. 이 공장은 하루 최대 20톤의 생두를 처리하며 독일과 미국 기술을 접목한 로스팅 및 분쇄 설비를 갖추고 있다. 이 공장 인근에는 3,700㎡ 규모의 온실을 만들어 친환경 습식 가공과 건조 과정을 병행하고 있다.
커피 껍질→건강 음료로 변신
비치타오 커피 협동조합은 커피 열매의 부산물까지도 새로운 상품으로 개발했다. 커피 껍질을 활용한 커피 열매 시럽차는 이미 수출용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비타민이 풍부하고 천연 단맛이 특징이다. 이 차는 자극 성분이 적어 해외 시장에서 건강 음료로 주목받고 있다.
이 제품은 가공 과정에서 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 자원 절약과 환경 보호를 동시에 달성하고 있다. 이는 협동조합의 환경친화적인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동결건조 인스턴트 커피,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하다
2023년 말, 비치타오 커피 협동조합은 동결건조 인스턴트 커피 개발에 성공했다. 프리미엄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해 허니 프로세싱으로 가공한 커피를 영하 45도에서 30시간 동안 수분을 제거한다.
이 과정에서 순수 커피 분말 40kg당 동결건조 커피는 2kg만 생산되지만, 커피 본연의 풍미를 97~98% 유지할 수 있다. 첨가물과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긴 유통기한과 안정적인 품질을 확보해 일본·프랑스·독일 등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현재 비치타오 커피 협동조합은 11가구에서 시작해 800가구 이상의 농가와 협력하고 있다. 생산된 스페셜티 커피의 약 97%는 독일, 미국, 일본 등으로 수출된다. 협동조합은 연간 수십 톤의 생두를 지역 농가로부터 구매해 수십 명의 주민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손라 지역의 농업 구조를 단순한 원료 생산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
”시장이 원하는 커피를 만들어야 한다“
타오 이사는 수출 경험을 통해 하나의 원칙을 강조한다.
"모든 커피가 모든 시장에 맞을 수는 없다."
협동조합은 각국의 기준과 커피 문화를 연구하며 발효 및 가공 방식을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현재 54개의 커피 발효 시설을 운영 중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비치타오 커피 협동조합은 설립 3년 만인 2020년 OCOP 4성급 인증을, 2022년에는 국가 OCOP 5성급 인증을 받는 성과를 이뤘다.
응우옌 탄 꽁 손라성 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은 "비치타오 커피 협동조합은 환경 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한 커피 생산의 모범 사례"라며, "이 모델이 지역 전반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손라성은 2030년까지 2만 5천 헥타르 규모의 커피 농장과 5개의 첨단 커피 산업 단지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중심에 비치타오 커피 협동조합이 있다.
산악지대의 작은 커피 열매에서 시작된 이 도전은 이제 손라 커피라는 이름으로 세계 시장을 두드리고 있으며 비치타오 손라 아라비카 커피가 이룬 변화는 베트남 커피 산업의 미래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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